시와글(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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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심봉석 작사/신귀복 작곡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빛 하늘 나래 구름 속에 나비처럼 나르던 지난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2022.08.07 -
소설 녹색의 장원. 윌리엄 헨리 허드슨
“나는 리마의 말을 듣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리마는 나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리마 자신은 그것이 뭔지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과 동화되어 가는 아벨이 숲에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애를 태우는 리마에게서 사랑을 확인하는 구절. 세속에 노출되지 않아 순수하고 맑은 리마가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모르는 것을 보고 설레어 하는 아벨. “말이 무슨 소용이에요? 사랑은 당신의 눈에서 빛나고, 당신의 얼굴에서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어요. 당신의 손을 잡으면 그것을 느낄 수 있지요. 당신도 내 얼굴에서 보고 있지 않나요, 내가 당신에게 느끼는 그 모든 것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랑의 감정을? 이것이 사랑이에요, 리마. 꽃과 생의 노래, 가장 감미로운 것, 우리의 두 영혼을 하나로 만드는 아..
2022.08.06 -
그시절 그리워서. 청암 최위성
나 지난날 그대 그리워 산 넘고 강 건너 찾아 왔노라 뭉개구름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목메인 새들의 노랫소리 예놀던 산천은 변해도 우리 머물던 곳 어딘가 더러는 무작정 헤맬망정 아련한 회상에 젖노라 그대는 알고 있는가? 저 아름다운 풍광 속에 우리가 놀던 그 시절을
2022.08.05 -
이리 살고 싶습니다. 유영서
비가 내린 아침은 언제나 투명하다 잎새 위에 또르르 구르는 물방울 잘 닦인 잎새 처럼 하루를 살고 싶다 일년 삼백육십오 일에 반이 지나가고 있다 교차한 하늘처럼 쓰고 있던 우산을 공손하게 접는다
2022.08.03 -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이름. 김민소
사랑이 아름답다고 했나요 아니지요 그대의 투명한 마음 때문이지요 원목 보다 순백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려는 당신이 아름다운것 입니다 사랑이 눈부시다고 했나요 아니지요 그대의 깨끗한 눈빛때문이지요 새벽이슬 닮은 눈빛으로 사랑을 말하는 당신이 아름다운것입니다 사랑이 행복 이라고 했나요 아니지요 그대의 애틋한 고백 때문 이지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처럼 사랑을 울리는 당신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랑은 스스로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사랑이 오직 그 이름으로 눈부신 것은 영혼을 적시는 그대의 눈물 때문이지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오직 사랑을 위하여 애쓰는 당신 사랑 보다 더 아름다운 이름이예요
2022.08.03 -
감자밭. 오탁번
흙냄새 향기로운 감자밭 이랑에 하양 비닐을 씌우는 농부 내외의 주름진 이마에는 따사로운 봄볕이 오종종하다 서방은 비닐을 앞에서 끌고 아낙은 뒤에서 그걸 잡고 있는데 비닐 끝을 흙으로 덮기도 전에 자꾸 앞으로 나가니까 소를 몰 때 하듯이 아낙이 말한다 -워워! 그 말을 듣고 서방이 씩 웃으며 한마디 한다 -워, 라니? 흙을 다 덮은 아낙이 말한다 -이랴! 이랴! 신방에 들어가는 새댁처럼 가지런한 감자밭 이랑은 물이랑 되어 찰랑이는 비닐을 비단 홑이불처럼 덮고 제 몸을 어루만져주기를 기다린다 농부 내외는 바소쿠리에 가득한 씨감자눈을 비닐을 뚫고 하나하나 꾹꾹 심는다 멧돼지와 고라니들이 내려와 감자를 반나마 나눠먹을 테지만 주먹만한 감자알을 떠올리며 새흙을 덮어 다독여준다 감자밭 이랑은 아기를 잉태한 새댁처럼..
202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