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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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아이. 강윤제
코스모스는 아이들 손 되어 바람을 흔들다가 코스모스는 아이들 얼굴로 바람을 웃다가 코스모스는 아이들 되어 바람을 보여 준다. 가을 아이로 서 있는 코스모스.
2022.08.18 -
가을.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녙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녁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2022.08.18 -
가을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2022.08.18 -
사슴. 노천명(1911~1957)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노천명의 첫 시집《산호림(珊瑚林)》 (1938)
2022.08.17 -
양귀비 꽃밭에서. 김명옥
뉜가 강변 너른 길에 왈칵 쏟아놓은 저 붉디붉은 속내는 선홍빛 뜨거운 염문에 화상 입은 외길은 급히 강물 쪽으로 에우는데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불타고 있는 저 심중 지나치려니 자꾸 신발이 벗어지네 욜랑대는 핏빛으로 뛰어들고 싶어 뒤엉켜 붉어지고 싶어 차마 발이 안 떨어지네
2022.08.16 -
풀꽃. 나태주 2022.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