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노천명(1911~1957)

2022. 8. 17. 22:15시와글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노천명의 첫 시집《산호림(珊瑚林)》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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