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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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詩.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하십시오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짐을 벗고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하십시오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하십시오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기도가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하십시오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지고한 믿음과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하십시오구김살 없는 햇살이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어머니,우리가 빛을 보게하십시오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찾아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자녀가 되게 하십시오.
18:13:27 -
엄마를 부르는 동안. 이해인 수녀님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나이 든 어른도 모두 어린이가 됩니다밝게 웃다가도 섧게 울고좋다고 했다 가도 싫다고 투정이고변덕을 부려도 용서가 되니반갑고 고맙고 기쁘대요엄마를 부르는 동안은나쁜 생각도 멀리 가고죄를 짓지 않아서 좋대요세상에 엄마가 있는 이도엄마가 없는 이도엄마를 부르면서 마음이 착하고맑아지는 행복 어린이가 되는 행복’
06:38:15 -
꿈같이 오실 봄. 오광수
그대! 꿈으로 오시렵니까? 백마가 끄는 노란 마차 타고 파란 하늘 저편에서 나풀 나풀 날아오듯 오시렵니까? 아지랑이 춤사위에 모두가 한껏 흥이 나면 이산 저 산 진달래꽃 발그스레한 볼 쓰다듬으며 그렇게 오시렵니까? 아! 지금 어렴풋이 들리는 저 분주함은 그대가 오실 저 길이 땅이 열리고 바람의 색깔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어서 오세요. 하얀 계절의 순백함을 배워 지금 내 손에 쥐고 있는 메마름을 버리고 촉촉이 젖은 가슴으로 그대를 맞이합니다. 그대! 오늘밤 꿈같이 오시렵니까?
00:00:41 -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양정훈
https://youtu.be/TdjIDGXvUjE?feature=shared
00:00:33 -
엄마 목소리. 신현림
물안개처럼 애틋한 기억이 소용돌이치네한강 다리에서 흐르는 물살을 볼 때처럼막막한 실업자로 살 때 살기 어렵던 자매들도나를 위한 기도 글과 함께일이만 윈이라도 손에 쥐어 주던 때 일이십 만 원까지 생활비를 보태준엄마의 기억이 놋그릇처럼 우네 내주신 전셋돈을 갚겠다 한 날엄마의 목소리는뜨거운 목소리로 되돌아 오네 "살기 힘들어도그 돈을 내가 받을 수는 없는 거다" 엄마의 말들은나를 쓰러지지 않게 받쳐준 지지대였네 인생은 잃기만 한 것이 아니라사랑받았다는 추억이 몸이 어두운 불을 밝히고물기 젖은 따스한 바람을 부르네
00:00:33 -
어버이날에 띄우는 카네이션 편지. 이채
내 안에서 늘 기도로 사시는큰 사랑의 당신 앞에서는나이를 먹어도 철부지 아이처럼나는 언제나 키 작은 풀꽃입니다. 당신의 손길이 실바람처럼 불어와꽃송이 쓰다듬으며 머무시는 동안 당신께 다하지 못한 아쉬움의 눈물여린 꽃잎 사이로 뜨겁게 흘러내립니다. 나의 삶에 꽃씨를 뿌리고당신은 흙이 되셨지요나의 가슴에 별을 심고당신은 어둠이 되셨지요 내가 파도로 뒤척일 때고요한 바다가 되어주시는 아버지내가 바람으로 불 때아늑한 숲이 되어주시는 어머니 오늘은 어버이날 한 송이 카이션의 의미를그 붉은 꽃 빛의 의미를정녕 가늠할 수 있을까요 다하지 못한 이 불효를 용서하세요세월에 주름진 당신의 가슴으로은혜의 꽃 한 송이 빨간 카네이션 편지를 띄웁니다.
00: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