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611)
-
엄마 목소리. 신현림
물안개처럼 애틋한 기억이 소용돌이치네한강 다리에서 흐르는 물살을 볼 때처럼막막한 실업자로 살 때 살기 어렵던 자매들도나를 위한 기도 글과 함께일이만 윈이라도 손에 쥐어 주던 때 일이십 만 원까지 생활비를 보태준엄마의 기억이 놋그릇처럼 우네 내주신 전셋돈을 갚겠다 한 날엄마의 목소리는뜨거운 목소리로 되돌아 오네 "살기 힘들어도그 돈을 내가 받을 수는 없는 거다" 엄마의 말들은나를 쓰러지지 않게 받쳐준 지지대였네 인생은 잃기만 한 것이 아니라사랑받았다는 추억이 몸이 어두운 불을 밝히고물기 젖은 따스한 바람을 부르네
2025.05.08 -
어버이날에 띄우는 카네이션 편지. 이채
내 안에서 늘 기도로 사시는큰 사랑의 당신 앞에서는나이를 먹어도 철부지 아이처럼나는 언제나 키 작은 풀꽃입니다. 당신의 손길이 실바람처럼 불어와꽃송이 쓰다듬으며 머무시는 동안 당신께 다하지 못한 아쉬움의 눈물여린 꽃잎 사이로 뜨겁게 흘러내립니다. 나의 삶에 꽃씨를 뿌리고당신은 흙이 되셨지요나의 가슴에 별을 심고당신은 어둠이 되셨지요 내가 파도로 뒤척일 때고요한 바다가 되어주시는 아버지내가 바람으로 불 때아늑한 숲이 되어주시는 어머니 오늘은 어버이날 한 송이 카이션의 의미를그 붉은 꽃 빛의 의미를정녕 가늠할 수 있을까요 다하지 못한 이 불효를 용서하세요세월에 주름진 당신의 가슴으로은혜의 꽃 한 송이 빨간 카네이션 편지를 띄웁니다.
2025.05.08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찬밥 한 덩어리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발 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외할머니 보고 싶다!외할머니 보고 싶다!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한밤중에 자다 깨어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울던 엄마를 본 후론아!........
2025.05.08 -
엄마를 기다리며. 이해인
동생과 둘이서시장 가신 엄마를 기다리다가나는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문득 눈을 떠 보니언니, 이것 봐!우리 엄마 냄새 난다.”벽에 걸려 있는엄마의 치마폭에 코를 대고웃고 있는 내 동생.시장 바구니 들고골목길을 돌아오는엄마 모습이 금방 보일 듯하여나는 동생 손목을 잡고밖으로 뛰어 나갑니다엄마 기다리는 우리 마음에빨간 노을이 물듭니다.
2025.05.08 -
봄 밤.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2025.05.07 -
좋은글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