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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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허형만
물냄새 비가 오려나 보다 나뭇잎 쏠리는 그림자 바람결 따라 흔들리고 애기똥풀에 코를 박은 모시나비 지상은 지금 그리움으로 자욱하다
2022.08.02 -
쓸쓸한 여름. 나태주
챙이 넓은 여름 모자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그것도 빛깔이 새하얀 걸로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올해도 오동꽃은 피었다 지고 개구리 울음 소리 땅속으로 다 자즈러들고 그대 만나지도 못한 채 또 다시 여름은 와서 나만 혼자 집을 지키고 있소 집을 지키며 앓고 있소
2022.08.02 -
나의 하루. 남정림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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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희생 기억합니다,가슴 깊이 감사합니다
이우근 학도병님의 피맺힌 일기 보병 제 3사단 학도병 중대(3) 포항 여중앞 전투에서 전사한 이우근이 피와 눈물로 아로 새겨놓은한 장의 기록이 있다. 이는 이우근의 피묻은 일기 수첩이었다. 당시 이우근은 서울 동성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천주교 신자로 알려지고 있다. 집에 있으라는 어머니의 권유를 무릅쓰고 펜대신 총을 들기 위해 혜화동에서 두 형제를 데리고 온 덕만이와 함께 한강을 건너 안성에 도착, 평택에서 덕만 일행과 헤어지고 대구에 내려와 학도병에 지원했다. 1950년 8월 11일 하오 3시, 폭양이 내리 쪼이는 산하에서 죽어간 이우근 학도병 교복 상의에서 낡은 수첩이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었다. 그는 6,25(일) 6,26(월) 6,27(화) 6,28(수) 7,2(일) 7.3(월) 7,20(..
2022.07.30 -
학도병 이우근의 시
1950년 8월 10일 쾌청 어머니, 전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두고 10명은 될 겁니다. 나는 네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저의 고막을 찢어 놓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라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니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 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
2022.07.30 -
봄. 오탁번
소쩍새는 밤 이슥토록 울고 조롱조롱 금낭화 붉은 꽃잎이 짙다 너비바위 틈에 피어난 개미딸기 오종종오종종 노란 꽃잎이 여리다 하늘 높이 뜬 솔개 눈씨에 참새도 오목눈이도 찔레넝쿨 사이로 숨는다 하느님이 수염에 묻은 황사를 턴다 붕어들이 알 낳느라 몸을 떨며 피 흘린다
2022.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