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562)
-
사랑합니다 내 영원한 친구. 윤보영
사랑합니다. 멋진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 참 부지런히 달려왔습니다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오다 보니 내 곁에 당신이 있습니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알고 보니 당신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나를 앞세우고 밀고 당기면서 이곳까지 오느라고 고생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나도 당신을 밀고 당기면서 가겠습니다 사랑하며 가겠습니다. 아플 때도 있었고 내 고민을 나누면서 함께 힘들어해 줄 때도 있었지만 이것마저 소중한 추억이 되고있습니다. 사랑합니다 내 영원한 친구 가슴 따뜻한 당신을 사랑합니다.
2022.10.10 -
사랑하기 좋은 9월에는. 윤보영
사랑하기 좋은 9월에는 9월입니다 산과 들이 넉넉한 9월입니다 내 마음도 따라 넉넉한 9월 행복한 마음으로 함께 할 9월! 알고보면 9월도 나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게 9월도 아름답게 보내겠습니다. 풀잎 냄새가 연하고 나뭇잎 냄새가 부드러운 걸 보니 9월도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월은 넉넉한 10월에는 못 미치고 열정 넘치는 8월만은 못할 수 있지만 9월도 나에게 소중한 달입니다 소중한 만큼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9월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가정을 사랑하고 모두를 사랑하는 9월! 9월은 사랑하기 딱 좋은 달입니다. 9월에도 행복한 마음이 먼저였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한 달이 될 수 있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걷겠습니다.
2022.10.10 -
포도밭 묘지1. 기형도
주인은 떠나 없고 여름이 가기도 전에 황폐해버린 그해 가을, 포도밭 등성이로 저녁마다 한 사내의 그림자가 거대한 조명 속에서 잠깐씩 떠오르다 사라지는 풍경 속에서 내 弱視의 산책은 비롯되었네. 친구여, 그해 가을 내내 나는 적막과 함께 살았다. 그때 내가 데리고 있던 헛된 믿음들과 그뒤에서 부르던 작은 충격들을 지금도 나는 기억하고 있네. 나는 그때 왜 그것을 몰랐을까. 희망도 아니었고 죽음도 아니었어야 할 그 어둡고 가벼웠던 종교들을 나는 왜 그토록 무서워했을까. 목마른 내 발자국마다 검은 포도알들은 목적도 없이 떨어지고 그때마다 고개를 들면 어느 틈엔가 낯선 풀잎의 자손들이 날아와 벌판 가득 흰 연기를 피워올리는 것을 나는 한참이나 바라보곤 했네. 어둠은 언제든지 살아 있는 것들의 그림자만 골라 디디..
2022.10.09 -
가을 이야기. 윤보영 2022.10.09
-
너무 일찍 찾아온 가을. 헤르만 헤세
벌써 시든 잎들에서 부식된 공기의 냄새가 난다 곡식밭들은 이제 텅 빈 채 버려져 있다 우리는 안다, 다시 한 번 폭풍우가 불면 지친 여름의 목덜미가 꺾이리라는 것을 가시금작화 꼬투리가 바스락거린다 오늘 우리가 손에 쥐고 있다고 여기는 것 모두가 갑자기 먼 과거의 전설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꽃이란 꽃들 모두 하나의 기이한 꿈 놀란 내 영혼 속에서 이런 소망이 자란다 생존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시듦을 한 그루 나무처럼 경험하기를 나의 가을에 축제와 색깔이 빠지지 않기를 (류시화 옮김)
2022.10.06 -
시든 잎. 헤르만 헤세
모든 꽃은 열매가 되고자 하고 모든 아침은 저녁이 되고자 하며, 변화와 시간의 흐름 말고 지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가장 아름다운 여름도 언젠가는 가을이 되어 시들어감을 느끼고자 한다. 잎사귀야,바람이 너를 데려가려 하거든 참을성 있게 조용히 있어라. 너의 놀이를 하고,반항하지 말고 조용히 그일이 일어나게 하렴. 너를 떼어낸 바람이 너를 집으로 불어 보내게 하렴.
20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