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찾아온 가을. 헤르만 헤세
2022. 10. 6. 15:13ㆍ시와글
벌써 시든 잎들에서 부식된 공기의 냄새가 난다
곡식밭들은 이제 텅 빈 채 버려져 있다
우리는 안다, 다시 한 번 폭풍우가 불면
지친 여름의 목덜미가 꺾이리라는 것을
가시금작화 꼬투리가 바스락거린다
오늘 우리가 손에 쥐고 있다고 여기는 것 모두가
갑자기 먼 과거의 전설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꽃이란 꽃들 모두 하나의 기이한 꿈
놀란 내 영혼 속에서 이런 소망이 자란다
생존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시듦을 한 그루 나무처럼 경험하기를
나의 가을에 축제와 색깔이 빠지지 않기를
(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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