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문정희
2022. 10. 5. 13:26ㆍ시와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 다한 말 못 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출처 : 페이스북 페이지 그루터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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