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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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 함민복
비행기를 타고 날며 마음이 착해지는 것이었다 저 아랜 구름도 멈춰 얌전 손을 쓰윽 새 가슴에 들이밀며 이렇게 말해보고 싶었다 놀랄 것 없어 늘 하늘 날아 순할 너의 마음 한번 만져보고 싶어 새들도 먹이를 먹지 않는 하늘길에서 음식을 먹으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까운 나라 가는 길이라 차마, 하늘에서, 불경스러워, 소변이나 참아보았다
2022.09.26 -
흔해빠진 독서. 기형도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허용했지만 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수북한 턱수염이 매력적인 이 두꺼운 책의 저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불행한 생을 보냈다,위대한 작가들이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다 갔다,그들이 선택할 삶은 이제 없다 몇 개의 도회지를 방랑하며 청춘을 탕진한 작가는 엎질러진 것이 가난뿐인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그는 분명 그 누구보다 인생의 고통을 잘 이해하게 되겠지만 종잇장만 바스락거릴 뿐,틀림없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럴 때마다 내 손가락들은 까닭 없이 성급해지는 것이다 휴일이 지나가면 그뿐,그 누가 나를 빌려가겠는가 나는 분명 감동적인 충고를 늘어놓을..
2022.09.26 -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1960-1989)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입속의 검은잎)
2022.09.26 -
가을밤. 나태주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잦다 어제 밤엔 유리창에 들이비친 달빛을 탓했고 그제 밤엔 골짜기 가득 메운 소낙비를 핑계 삼았다 자다가 깨어나 문득 어둠 속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때도 있다.
2022.09.26 -
🤗통통통~~통통
😁오늘하루도 5통 하세요 😁첫번째 통은 매일 매일 건강과 행운이 넘치는 "운수대통" 😁두번째 통은 하시는 일마다 막히는 일없이 "만사형통" 😁세번째 통은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배려하는 "의사소통" 😁네번째 통은 늘 긍정적으로 웃으며 살자는 "요절복통" 😁다섯번째 통은 자주 인사하고 먼저 안부전화하며 살자는 "전화한통" 😁오늘도 5통으로 사람 사는 맛이 듬뿍나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중에서
2022.09.26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렌터 윌슨 스미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202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