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1960-1989)

2022. 9. 26. 11:04시와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입속의 검은잎)


'시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길. 함민복  (1) 2022.09.26
흔해빠진 독서. 기형도  (1) 2022.09.26
가을밤. 나태주  (0) 2022.09.26
🤗통통통~~통통  (0) 2022.09.26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렌터 윌슨 스미스  (0) 202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