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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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편지. 서정윤
하느님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합니다. 하늘 가득 먹구름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건 당신의 일이지만 그 빗방울에 젖는 어린 화분을 처마 밑으로 옮기는 것은 나의 일, 하늘에 그려지는 천둥과 번개로 당신은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만 그 아래 떨고 있는 어린 아이를 안고 보듬으며 나는 아빠가 있다는 것으로 달랩니다. 당신의 일은 모두가 옳습니다만 우선 눈에 보이는 인간적인 쓸쓸함과 외로워하는 아직 어린 영혼을 위해 나는 쓰여지고 싶어요. 어쩌면, 나는 우표처럼 살고 싶어요 꼭 필요한 눈빛을 위해 누군가의 마음 위에 붙지만 도착하면 쓸모 다하고 버려지는 우표처럼 나도 누군가의 영혼을 당신께로 보내는 작은 표시가 되고 싶음은 아직도 욕심이 많음인가요.
2022.11.16 -
윤보영 시인 시 몇편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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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메꽃. 홍성란
한때 세상은 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 날 위해 돌돌 감아오르는 줄 알았지 들길에 쪼그려 앉은 분홍치마 계집애
2022.11.14 -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아그네스 발차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 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2022.11.13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양희은노래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차가운 네 모습에 얼어 붙은 내 발자국 돌아서는 나에게 사랑한단 말대신에 안녕 안녕 목메인 그 한마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밤새워 하얀 길을 나홀로 걸었었다 부드러운 네 모습은 지금은 어디에 가랑비야 내 얼굴을 더 세게 때려다오 슬픈 내 눈물이 감춰질 수 있도록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미워하며 돌아선 너를 기다리며 쌓았다가 부수고 또 쌓은 너의 성 부서지는 파도가 삼켜버린 그 한마디 정말 정말 너를 사랑했었다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2022.11.11 -
친구. 성지희
친구란 당신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문득 그리워지는 얼굴이며 당신이 살아있을 때에 곁에 있어 주기만을 바라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울고 있을 때 그 눈물을 닦아줄 수 있고 당신의 환한 미소에 응답할 사람이며 당신이 어디에 있건 당신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친구란 받는 것을 기대하지않으며 자기의 모든 것을 주려하는 사랑의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당신의 아픔, 당신의 슬픔을 나눠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좌절해 있을 때 당시에게 따뜻한 느낌만을 줄 수 있는 사랑이며 당시이 홀로 길을 걷고 싶을때 당신의 그 마음을 아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친구란 당신이 외로울 때에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이며 짤막한 사연을 보내고픈 사람입니다 친구란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며 뜻하지 않은 이별을..
2022.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