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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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랙산드르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괴로운 것 마음은 언제나 미래에 사는 것 그리고 또 지나간 것은 항상 그리워지는 법이니…
2022.11.22 -
나태주 시모음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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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아래서.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2022.11.21 -
내가 하나의 나뭇잎일때. 손해일
마르지 않는 당신의 샘에서 겨우내 물관으로 길어 올린 봄 쪼로롱쪼로롱 연초록 잎새에 촉트던 사랑 어느새 여름도 다 가고 세파에 시달려 죽어가는 흰피톨 잎파랑이가 노오랗게 이울 때마다 새치도 하나씩 늘고 나이테가 선명해 질수록 후회도 하나씩 늘지만 이제는 미운 것들도 조금씩 사랑하며 살아야지 부질없는 욕심으로 흐려지는 시야 호오 호오 마음에 낀 성에를 닦으며 풋나무처럼 살아야지 늘 햇살 쪽으로만 가지를 뻗어 싱싱한 그리움으로 살아야지
2022.11.21 -
비밀. 최정원
쉿, 말하지 말아요 패랭이꽃이 언제 그렇게 화들짝 피는지 노래방에 가면 무슨 노랠 즐겨 부르는지 내가 어떨 때 생긋 웃는지를 그저, 당신만 알고 있어요 수수꽃다리는 어느 향기가 더 좋은지 몇 시에 모닝콜을 해 놓았는지 당신이 무얼 잘 드시는지를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아요 당신의 내가 이미, 아는 일이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요 아무도 모르게
2022.11.21 -
하루를 사는 일. 안만식
순간을 사는 일이 하루를 만들고 하루를 사는 일이 한 생을 이룹니다. ㅤ 하루를 사는 일을 마지막처럼 정성을 다하고 하루를 사는 일을 평생을 사는 일처럼 길게 멀리 볼 일입니다. ㅤ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날의 시간을 의미 없이 낭비하고는 뒤늦게 지난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르게 한 번 살아볼텐데 하며 후회하고 아쉬워합니다. ㅤ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살아볼 수 없는 시간 순간의 시간을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ㅤ 하루를 사랑으로 사는 일이란 너그러워지고 칭찬하고 겸손하고 진지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ㅤ 하루를 사랑으로 끝내는 일은 반성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을 뜻합니다. ㅤ 중에서
2022.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