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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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아침. 송로 김순례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푸른 소나무 웅장함 에워싸고. 찬 바람이 세차게 부는 데로 낙엽을 툭툭 털어내는 것 같아도 생명력이 강한 갖가지 나뭇가지들마다 뿌리 깊숙이 서부터 자양분을 저장한다 새로운 희망을 담아 끊임없이 생명을 이어가고자 함이라
2022.12.23 -
눈 내리는 날. 서복길
새벽어둠 속에 소리 없이 눈이 내립니다 그대가 보낸 마음인가 싶어 반가움에 두 손 내밀어 날리는 눈송이 잡아봅니다 손바닥에 녹아 고여 온 물은 그리워서 보고 싶어서 내게 온 그대의 눈물입니다 그리운 그대여 보고 싶은 그대여 하얀 눈 꽃송이 되어 찾아온 그대여 내가 그리워하는 만큼 내가 보고 싶어 하는 만큼 그대도 나에게로 눈꽃이 되어 찾아왔나 봐요 반가운 마음에 어느새 눈물이 볼타고 흐르고 사랑으로 한마음이라며 내 마음 위로 해 봅니다 사랑 전해줘서 고마워요 그곳에도 눈이 내릴 때면 나의 사랑이라 생각해 주세요
2022.12.22 -
쓸어내지 마요 화정 추민희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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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정호승
길을 가다가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누가 낮달을 초승달로 던져놓았다 길을 가다가 다시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쑥떡이 든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홀로 기차를 타시는 어머니가 보였다 다시 길을 떠났다가 돌아와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평화시장의 흐린 형광등 불빛 아래 미싱을 돌리다 말고 물끄러미 네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너를 만나러 우물에 뛰어들었다 어머니가 보따리를 풀어 쑥떡 몇 개를 건네주셨다 너는 보이지 않고 어디선가 미싱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2022.12.21 -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2022.12.21 -
어린낙타. 정호승
사막에서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지 말고 어딘가에 고여 있는 작은 우물처럼 살아야 한다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겨야 사막을 움직일 수 있다고 모래도 한때는 별이었다고 사랑하면 더 많은 별이 보인다고 살아가노라면 그래도 착한 끝은 있다고 러시아제 낡은 지프차를 타고 고비사막의 길 없는 길을 달릴 때 먼 지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등에 지고 홀로 걸어가던 어린 낙타 한마리
202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