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정호승
2022. 12. 21. 12:30ㆍ시와글

길을 가다가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누가 낮달을 초승달로 던져놓았다
길을 가다가 다시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쑥떡이 든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홀로 기차를 타시는 어머니가 보였다 다시 길을 떠났다가 돌아와 우물을 들여다보았다 평화시장의 흐린 형광등 불빛 아래 미싱을 돌리다 말고 물끄러미 네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너를 만나러 우물에 뛰어들었다
어머니가 보따리를 풀어
쑥떡 몇 개를 건네주셨다
너는 보이지 않고 어디선가 미싱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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