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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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2023.01.12 -
아버지의 기도. 더글라스 맥아더
내게 이런 자녀를 주옵소서 약할 때에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여유와 두려울 때에 자신을 잃지 않는 대담성을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자녀를 내게 주옵소서 생각할 때에 고집하지 않게 하시고 주를 알고 자신을 아는 것이 지식의 기초임을 아는 자녀를 내게 허락하옵소서 원하옵나니 그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인도하지 마옵시고 고난과 도전에 직면하여 분투 항거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폭풍우 속에선 용감히 싸울 줄 알고 패자를 관용할 줄 알도록 가르쳐 주옵소서 그 마음이 깨끗하고 그 목표가 높은 자녀를 남을 정복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자녀를 장래를 바라봄과 동시에 지난 날을 잊지 않는 자녀를 내게 주옵소서 이런 것들을 허락하신 다음..
2023.01.12 -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2023.01.12 -
아버지. 나태주
왠지 네모지고 딱딱한 이름입니다 조금씩 멀이지면서 둥글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이름입니다 끝내 세상을 놓은 다음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이름이기도 하구요 아버지, 이런 때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마음속으로 당신 음성을 기다립니다
2023.01.12 -
아빠의 손. 임초롱(전북 임실 덕치초 6학년)
아빠는 힘든 현장에 나가셔서 일하신다. 못질을 하시다가 순간 잘못하면 손을 망치로 때리기도 한단다. 손이 두껍고 손톱에는 때가 꼈다지만 하지만 그래도 아빠 손이 좋다. 굳은살이 배기고 손이 보송보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빠 손이 좋다.
2023.01.12 -
만추. 김위년
떠나가는 가을과 나 사이에 그리움의 다리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그 다리에는 상처도 미련도 없는 담담한 풍광이었으면 좋겠다 떠나가는 그대도 남겨진 사람도 지고지순한 아름다움만 남기 때문이다 흔들리면 아플지라도 건들면 울음이 나올지라도 그리움의 다리 위에는 청아한 웃음만 남았으면 좋겠다 그 다리 위에 해가 질지라도 둥근 달이 뜨고 별이 반짝반짝 빛나니까 그 어느 날 가슴 여미는 첫눈이 내려도 마지막 남은 낙엽 하나쯤은 덮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가슴 한켠에서 차마 꺼내지 못한 마지막 설렘이길 두 손 모아
202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