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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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근육 만들기. 박대선
우리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없을 때 소중함을 깨닫고 있을 때 당연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건강을 잃고서야 그 간절함을 알고 소중한 사람을 잃고서야 그 소중함을 알고 젊음을 잃고서야 그 찬란함을 겨우 압니다 언제나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우리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있습니다 우리들을 둘러싼 당연한 것들 모두에게 지금 안부를 묻습니다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함에 영원하지 않을 이 빛나는 삶의 날들에게 행복, 그 시작은 우리 모두가 감사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2023.01.12 -
아버지. 신필영(1944~)
일등이 되겠다고 생을 걸지 말거라, 들풀 같은 이웃들의 상처를 품어가며 더불어 바다에 닿는 강물이면 족하다 -서 있는 詩(책만드는집)
2023.01.12 -
다시 봄이 왔다. 이성복
- 비탈진 공터 언덕 위 푸른 풀이 덮이고 그 아래 웅덩이 옆 미루나무 세 그루 갈라진 밑동에도 푸른 싹이 돋았다 때로 늙은 나무도 젊고 싶은가 보다 - 기다리던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가 누구의 목을 껴안 듯이 비틀었는가 나도 안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 때로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굽은 등에 푸른 싹이 돋을까 묻고 또 묻지만 비계처럼 씹히는 달착지근한 혀, 항시 우리들 삶은 낡은 유리창에 흔들리는 먼지 낀 풍경 같은 것이었다 - 흔들리며 보채며 얼핏 잠들기도 하고 그 잠에서 깨일 땐 솟아오르고 싶었다 세차장 고무 호스의 길길이 날뛰는 물줄기처럼 갈기갈기 찢어지며 아우성치며 울고불고 머리칼 쥐어뜯고 몸부림치면서...... - 그런 일은 없었다 돼..
2023.01.12 -
성에꽃. 최두석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 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2023.01.12 -
꽃자리.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2023.01.12 -
행복한 빵점짜리 남자. 김옥임
마음은 그 사람의 중심입니다 외모는 웃음과 흥겨움을 주는 꽃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 버리고 향기도 떠나갑니다 그러나 예쁜 마음과 지혜는 샘물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가도 변치 않고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사람을 사귈 때는 외모 보다 그 사람의 중심을 보십시오 중심이 반듯해야 삶이 아름다워지는 것입니다
202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