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시 모음. 박목월 시인 작품

2024. 12. 24. 00:00시와글


작은 베들레헴에 불이 켜진다 /박목월



높은 곳에서 눈은 내리고 있다. 가늘고 순결한 것으로 세상은 충만하다.

이 은혜로운 눈발 속에서 촛불이 켜진다.

지구의 구석 구석마다 전나무가지에 인류의 심령 속에 불빛은

할렐루야를 외친다.

참으로 오늘 밤 가난한 자는 가난한대로 작은 촛불을 밝히고

족한 자는 족한대로

굵은 촛대에 불을 물리고

할렐루야를 부른다. 당신이 대속해 주심으로

하늘나라의 문은 열리고 우리들은

마지막을 부를 수 있는 이름을 가졌다. 주여

주여

주여 눈발 속에서 천사의 합창이 울리고

땅끝까지

평화가 깃든다.

누구나 가난한 마음으로 누구나

조용한 마음으로 누구나 평화로운 마음으로

저마다의 심령에 불을 밝힌다. 높은 곳에서

눈은 내리고

가늘고 순결한 것으로 세상은 충만하다. 지구의 구석구석마다 촛불이 켜지고

땅끝까지

평화가 깃드는 천상의 영광, 지상의 평화 구름 위에서는

별이 빛나고

작은 베들레헴에 불이 켜진다.



성탄절의 촛불 /박목월



촛불을 켠다.

눈을 실어나르는 구름

위에서는 별자리가

서서히 옮아가는

오늘 밤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이 내리는 지상에서는

구석마다 촛불이 켜진다.

믿음으로써만

화목할 수 있는 지상에서

오늘 밤 켜지는 촛불

어느 곳에서 켜들

오든 불빛은

그곳으로 향하는

오늘 밤

작은 베들레헴에서

지구 반바퀴의 이편 거리

한국에는 한국의 눈이 내리는 오늘 밤

촛불로 밝혀지는

환한 장지문

촛불을 켠다.







오늘 밤 지구를 에워 싸고/박목월



촛불이 켜진다.

오늘 밤 둥근 지구를 에워싸고

켜지는

촛불의 숲. 당신을 만난다. 만나려는

인류의 염원이

촛불로 밝혀진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 손의 증거.

주의 부활로 죄 사함을 받은,

속죄의 길이 열린

하늘의 은총. 어느 곳에는

눈이 온다.

어느 곳에서는 바람이 분다. 눈이 오건 바람이 불건 한 덩이의

지구를 에워싸고 촛불이 켜진다. 경건한 손으로 밝히는 불꽃에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눈동자가

당신의 구원의 손이 흰 이마가 지금

우리를 지켜본다.

아멘.

하늘의 영광, 지상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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