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2024. 12. 24. 00:00ㆍ시와글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하고서도
6년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 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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