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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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이애경
모든 걸음에 반드시 목적지가 있어야 할까? 인생도 산책하듯 그냥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2022.06.10 -
아침. 천상병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2022.06.10 -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나태주
인생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는 사람없고 인생이 무엇인가 정말로 알고 인생을 사는 사람 없다 어쩌면 인생은 무정의 용어 같은 것 무작정 살아보아야 하는 것 옛날 사람들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앞으로도 오래 그래야 할 것 사람들 인생이 고달프다 지쳤다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가끔은 화가나서 내다버리고 싶다고까지 불평을 한다 그렇지만 말이다 비록 그러한 인생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조금쯤 살아볼 만한 것이 아닐까 인생은 고행이다 !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있다 우리 여기서 '고행'이란 말 '여행' 이란 말로 한번 바꾸어보자
2022.06.10 -
나태주 시 몇편
🌱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아, 이것은 비밀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여행 떠난 곳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눈부신 세상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묘비명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2022.06.10 -
또 다른 고향.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 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2022.06.10 -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든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차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東京)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차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2022.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