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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안부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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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결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2025.04.29 -
봄안부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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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 도종환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나는 지쳐 쓰러져 있었고병든 몸을 끌고 내다보는 창밖으로개나리꽃이 느릿느릿 피었다. 생각해 보면꽃 피는 걸 바라보며 십 년 이십 년그렇게 흐른 세월만 같다봄비가 내리다 그치고 춘분이 지나고들불에 그을린 논둑 위로건조한 바람이 며칠씩 머물다 가고삼월이 가고 사월이 와도봄은 쉬이 오지 않았다돌아갈 길은 점점 아득하고꽃 피는 걸 기다리며 나는 지쳐 있었다.나이 사십의 그해 봄
2025.04.28 -
봄안부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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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문장. 이대흠
서늘하고 구름 없는 밤입니다 별을 보다가 문득 하늘에 돋은 별들이 점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너무 많은 이들이 더듬어 저리 반짝이는 것이겠지요 사랑에 눈먼 나는 한참 동안 별자리를 더텄습니다 나는 두려움을 읽었는데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지요 은행나무 잎새 사이로 별들은 또 자리를 바꿉니다
202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