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최정례

2024. 11. 5. 00:00시와글




느닷없이 큰 곰이
천장까지 닿는 검은 그것이 나타나
우리집 고양이를 아이들을 때려눕히고
나를 그러면?
함께 살자고 하면?
이 집 커튼을 찢고 들어와
돌이 된 내 심장을 두들기며
그러면 어떡하지?
창문의 불빛을 훔쳐보다가
느닷없이 현관문에 피아노에
차압딱지를 붙이는 집달리처럼
11월 어느 날
무심한 곰의 얼굴로 들이닥쳐서
TV에서 배 두들기며 웃는 코미디언들
얼굴 위에 재를 뿌리고
소파 위에 내 손바닥 위에
뜨거운 석탄을 올려놓으면
그러면?
이 집 사느라 진 빚
이자의 이자 때문에
넌 역전 앞에 가 신문지나 덮고 누워 있어라
그러는데도
기대고 싶고 조금은 은근히 살고 싶어지면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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