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땅이 풀릴때. 차창호

2022. 8. 13. 19:23시와글



조카가 팽이 줄을 감는다
금 간 벽에 기대선
내 이마의 주름을 잡아 감는다
마을을 가로질러 달리는
꽃샘바람 둘둘 묶어 감는다
바람에 불려오는 소똥냄새
그 냄새 잡고 따라 나온
개나리꽃 노란 빛 당겨 감는다
아버지 논 갈아엎는 소리
개울가 저만치 떨어진 개구리 울음
조그만 두 손으로 꼭꼭 감는다
푸른 하늘과 구름 그림자
도도한 강물의 흐름 모두 감았다
팽이를 돌린다
산그늘 아래 언 땅 녹듯
눈물 비친 사랑과 그리움
세월의 무늬가 단숨에 풀어진다



1973년 강원 춘천 출생
200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아동문학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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