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배추. 김은순
2022. 8. 13. 19:25ㆍ시와글
내찬 된서리 심술
안간힘 쓰다 끝내,
누우렇게 시커멓게
나가떨어지는 퍼런 이파리들
아랑곳없이
그루터기만 남은 휘휘한 논배미 옆
겨우내 밥상 감초 될
푸릇, 혈기왕성한 김장배추
허리 바짝 동여매고
임자 만나 이 허리끈 풀 때까지는
누구도 내 속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두 눈 시퍼렇게 부릅뜨고
발갛게 꽃단장 할 때까지
죽어라 허리 꽈악 붙들어 매고
옹골차게 속 채워가며
아금박지게 자리 지키고 있다
세상사 그렇고 그런 거다
무시로 쉬이 헐거워지는 사람들 허리끈
배추, 그 옆 지나는 뒤통수
찬바람에도 뜨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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