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의 나무들. 도종환

2024. 11. 25. 00:00시와글




어둠이 온다 해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잠들지 않습니다
깨어 기다려라 그 말씀 잊지 않고 있습니다

눈발이 살갗을 찢어도 우리는 무서워 떨지 않습니다
바람에 가지를 잃어도 뿌리까지 빼앗기진 않습니다
빗줄기 속에서도 우리는 새 몇 마리를 쉬게 합니다

새벽이 온다 해도 우리는 들떠 소리치지 않습니다
아침 햇살이 온몸을 축복하며 내려도 교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 우리가 지켜야 할 자리에 오늘도
이렇게 있습니다

- 시집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실천문학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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