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서. 이정인

2024. 11. 24. 00:00시와글



따스한 봄 빛 향기에 끌려
빗장을 내리고
움 터 자란 새 순은
중년의 울타리에
하얀 목련처럼 감싸는 이 없이
피다 지고

어설프게 타다 진
숯불인가!
무더운 밤
그리운 새벽바람 한 줄기는
어느 새 싸늘한 얼굴로
찾아와 있다.

갈잎 떨어지는
가을 숲에는
잎 새 보다 더 큰 비명으로
세월을 아파하는
역류의 모난 반란만
산만하게 흩어지고

가지에는
마지막 남은 잎 새하나
어둔 밤하늘에
시리도록 하얀 얼굴로 떠 있는
보름달처럼
어둠을 밝히고 있다.

'시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벼랑의 나무들. 도종환  (0) 2024.11.25
11월 시 모음  (0) 2024.11.25
윤보영 겨울시  (0) 2024.11.24
꽃밭. 도종환  (0) 2024.11.24
11월의 노래. 김용택  (0) 202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