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풍경. 진란
2024. 11. 25. 00:00ㆍ시와글
몇일 내내 퍼붓던 빗방울들이 멈추었다
목울음에 잠긴 세상의 한 끝에서 다른 끝으로 이어지는
눅눅한 사잇길에서 눈 악무는 아수라 여자
밤새 지나간 흔적 없는 텅 빈 길 위에
지친 몸으로 드러누었던 은행잎이
도시를 흔들어 깨우는 타이어에 휘쓸려
맨발의 무희처럼 달려가는데
비안개가 피어오르는 흐린 유리창에
당신은 누구시냐고
어디서 쉬었느냐고
젖은 속내 감추어 쓴 편지 한 장
새벽잠 속에 가만히
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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