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글(1560)
-
고향. 오탁번
고향 제천군 백운면 평동리 장터 비바람에 그냥 젖는 버스 정류장 옆 조그만 가게 바깥 세상 겨우 내다보이는 가게의 금간 유리창에 흰 종이가 ☆☆☆☆ 모양으로 오종종 붙어 있다 천등산 그림자 일렁이는 앞개울에는 모래빛 모래무지 한 마리가 한사코 모래바닥에 숨는다 꼬리에 알 가득 밴 여울목의 가재는 무지개빛 수염을 한껏 치켜들고 물 속에 비친 천등산 이마를 간지럽힌다 셈본 숙제 끝낸 배고픈 아이들이 흰 토끼풀꽃 손목시계를 본다 오디도 복숭아도 아직 익지 않았고 개개비만 까불까불 흰 똥을 싼다 여울여울 이랑이랑 아이들의 꿈이 욜랑욜랑 헤덤빈다 실비 오는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
2022.04.28 -
거절. 성호승
때로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해 거절을 할 때 조그마한 여지를 남겨 두는가 미안함,동정심 같은 감정이 다른 사람을 더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중)
2022.04.28 -
그런 사람 만나 성호승
그런 사람 만나 꾸미고 왔을 때만 예쁘다고 하는 사람 말고, 꾸미지 않아도 예쁘다고 하는 사람 만나. 특별한 날에만 챙겨주는 사람 말고, 사소한 거 하나하나 챙겨주는 사람 만나. 서로 다투게 될 때 자존심 세우는 사람 말고, 대화로 풀어 나 갈 수 있는 사람 만나. 매일 미안하다는 말만 하는 사람 말고, 매일 사랑한다는 말만 하는 사람 만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중)
2022.04.28 -
겨울행 이근배
1 대낮의 풍설은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정처없다 산이거나 들이거나 나는 비틀걸음으로 떠다닌다 쏟아지는 눈발이 앞을 가린다 눈발 속에서 초가집 한 채가 떠오른다 아궁이 앞에서 생솔을 때시는 어머니 2 어머니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고향엘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름날 당신의 적삼에 배이던 땀과 등잔불을 끈 어둠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타고 내리던 그 눈물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술취한 듯 눈길을 갑니다 설해목 쓰러진 자리 생솔 가지를 꺽던 눈밭의 당신의 언발이 짚어가던 발자국이 남은 그 땅을 찾아서 갑니다 헌 누더기 옷으로도 추위를 못 가리시던 어머니 연기 속에 눈 못 뜨고 때시던 생솔의, 타는 불꽃의, 저녁나절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지는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2022.04.27 -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2022.04.27 -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몸을 가누고 바로 서면서 눈을 치켜뜬 순간,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며 은하수가 시마무라 속으로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_
2022.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