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이정림

2024. 11. 18. 00:00시와글



바람에
낙엽이 흩어지고 또 날린다.
찌푸린 하늘은 할미꽃
떨어져 날리는 잎사귀마냥 모두들 바쁘다.
푸시시한 얼굴에 초겨울 그림자가 스치고
쪼달림의 모습 모습이다.

잘 익은 밤나무
밤톨 한 알 없이 다 털리고
주황색 감나무에
달랑 까치밥 한 알뿐이다.

뿌연 하늘이 멍하니 내려 보이는 빈 벌판
허허로운 허수아비
심장도 멈추었다.

소용없는 바람만이 차가워서 흐느끼고
코스모스와 들국화도 흑흑 따라서 운다.
멀거니 할미꽃도 운다.
모두들 앙상하게 남아서 운다.

'시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의 시. 홍수희  (0) 2024.11.20
낙엽. R.D 구르몽  (0) 2024.11.19
11월. 이창숙  (0) 2024.11.17
11월 황인숙  (0) 2024.11.16
둥근 우리 집. 안영선  (0) 202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