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편지. 홍수희

2023. 2. 9. 17:07시와글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이월은
초라합니다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틈새로 가까스로
걸려 있는 날들이여,

꽃빛 찬란한 봄이
그리로 오시는 줄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일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이
돋아날 여분의 땅을
내 가슴에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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