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달. 이향아
2023. 2. 5. 18:55ㆍ시와글
아파트 베란다에
보름달이 찾아왔다
들판과 바람 속을
거슬러 오느라
달이 창백하다
달이 어색하다
보름달은 피고처럼
떠 있다
세상의 어디로도
갈 수 없어서 만민의
소원이 밀물 같아서
얼굴을 붉히고 귀를
막았는지 눈치를 보면서
덩그렇게 떠 있다
다 안다, 걱정하지 말거라
동네 개들은 짖지 말거라
오늘밤은 다만 대보름달을
넋 놓고 오래오래
바라만 보련다
당신이신가 달이신가
대보름달이신가 미안해서
미안해서 올려다만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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