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록차를 마시는 때. 유안진

2023. 1. 20. 11:25시와글








생활을 눈
따악 감고 구름
되어 흐르고만
싶을 때

설록차
한 잔 물에 구름
띄워 마셔본다

맛없음의
참맛이야말로
부처님 미소로
데려가주는 듯

더는
못 참겠다
깜박 넋이
나가려는 때

한 모금
설록차를
두 모금에
나눠 마신다

그 사이
부딪치는
찻잔소리
타일러주는
드맑은 음성

잔 안에
가두어지는가
그리움아 섧은
꿈아

차가운
흰눈의 빛깔
백설의 향기와
함께

폐허를
어루만지듯
늘 내 마음에
찰랑거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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