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2022. 12. 19. 15:02ㆍ시와글

사랑은
눈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