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2024. 4. 9. 00:00시와글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몸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게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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