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심

2022. 11. 28. 11:03시와글



옛날 어느 시골마을에 살던
노인이 큰 성에 볼일이 있어서
나귀를 타고 집을 나섰다

성에 도착해 나귀를 끌고 걷다가
어느집 문패를 보았는데
거기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세상에서 제일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이 사는 집,

노인이 그 집 문를 두드렸다

" 어떻게 오셨소?"

" 집 주인과 장기를 한판 두고자
왔소이다! "

이윽고 젊은 주인과 노인이 마주앉아 장기를 두는데
주인이 내기를 제안했다

" 그냥 두면 재미가 없으니
진 사람이 스므냥을 내면 어떻겠소이까? "

" 그거 좋소이다 "

그리하여 판돈 스므냥을 걸고
장기를 두는데 노인이 쩔쩔맸다

" 어르신! 장을 받으셔야지요"

" 과연 장기를 잘 두시는구려.
내가 졌소이다"

" 그러면 약속대로 스므냥을 내시지요"

" 내가 약속은 했지만 지금 수중에 돈이 없소.
대신 내가 타고온 나귀가 오십냥가치는 충분하니 나귀를 받아주면 안 되겠소?"

젊은 주인은 생각지도 않았던 나귀를 얻게되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당장에 우리를 짓고 안장을 만들어 동네를 한바뀌 돌았다

그리고 일 주일 후쯤 지났을때
그 노인이 다시 찾아왔다

" 장기를 한번 더 두고 싶소이다.
이번엔 돈을 가져왔으니 내가 지면 스므냥을 내고 이기면
대신 나귀를 찾아 가겠소이다"

' 옳고니. 나귀에다 이번엔 공돈 스므냥!,

주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시 노인과 주인이 마주 앉아 장기를 두었다

그런데 이번엔 어찌된 일인지 젊은 주인이 노인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생땀을 흘리며 안절 부절 못하다
결국 지고 말았다

" 제가 졌소이다"

" 그럼 약속대로 나귀를 몰고 가도 되겠소이까?"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새 안장까지 깔아놓았는데 나귀를 돌려 줄려니 집주인 마음이 떨떠름 했다

하지만 내기에 졌으니 약속대로 나귀를 내어줄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나귀에 올라타 길을 떠 나려 하자 젊은 주인이 다급히
노인을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지난번엔 어르신이
수가 많이 모자랐는데 대체 어떻게 장기를 잘 두게 되었소이까?"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는 백리쯤 떨어진 시골에 사는데 관가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관가 입구에 나귀를 타고 들어올수 없다.는 방을 보고

어디 나귀맡길데가 없나하고 염려하다가 마침 주인장 집 문에 쓰여있는 글을보고

장기를 지면 이 집에 맡실수 있겠다 싶어 장기를 졌소이다
그리고 이제 일을 다 봤으니
나귀를 찾아 가려면 장기를 이겨야 하지 않겠소이까?

젊은 주인은 기가 막혔다
일주일 동안 나귀만 잘 봐준 것이었다

집 주인은 얼굴이 빨개져 노인이 멀리 가자마자
' 세상에서 제일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이 사는 집, 이라는 문패를 뜯어내 던져 버렸다 (모셔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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