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다. 김사인

2022. 11. 6. 16:23시와글






뭔가 잃은 듯 허전한 계절입니다.

나무와 흙과 바람이 잘 말라 까슬합니다.

죽기 좋은 날이구나

옛 어른들처럼 찬탄하고 싶습니다.

방천에 넌 광목처럼

못다 한 욕망들도 잘 바래겠습니다.



고요한 곳으로 가

무릎 꿇고 싶습니다.



흘러온 철부지의 삶을 뉘우치고

마른 나뭇잎 곁에서

죄 되지 않는 무엇으로 있고 싶습니다.

저무는 일의 저 무욕

고개 숙이는 능선과 풀잎들 곁에서.



별빛 총총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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