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배를 타고. 김인경

2022. 10. 13. 19:23시와글



내버려 두어라
흐르는 물을 따라
가는길이 어느 곳을 향해가든

그대로 두어라
바람이 부는대로
마음이 머무는곳이
저 바다 끝이 된다 해도

흐린 하늘 뒤로 그리움이 숨어 들어가
구름 뒤에 가느다란 호흡이
빗물에 섞일지라도

묻지 말아라
사랑의 시간들이 아픔이었는지
기쁨이였는지

기다림의 끝이
그물 속에 반짝이는 은빛 생선으로
만선이 되어올지
그 누가 알랴

삶의 조각배를 타고
너른 바닷속 깊이 그물을 친다

소중한 추억의 시간들도
아픔의 시간들도
기쁨의 시간들도

미역 줄거리 처럼
얼키고 설키어
더불어 딸려 올라오는 것을

바닷가 언저리 바위 위에 그물을 부려
아름다운 시간들만 추리어 보자
그속에 담긴 아픔들은

바닷물에 말갛게 씻어
햇빛에 널어 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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