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승강장. 오탁번
2022. 7. 19. 07:58ㆍ시와글
태백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자작나무 숲이 손 흔드는
삼수령을 지나면
고랭지배추밭이 하늘보다 푸른
태백시 삼수동 상사미 마을에
야릇한
버스승강장이 하나 있었다
'버스승강장 권상철집앞'!
근처에 딱히 표시할 만한 것이 없어
개울 건너 토박이 농부의 이름을 딴
버스승강장 팻말이
길가에 앙바틈히 서 있었다
몇 년 후
다시 찾아간 상사미 마을
권노인은 세상을 떠나고
아들 이름으로 바뀐
버스승강장을 보자
가슴이 찡해졌다
'버스승강장 권춘섭집앞'!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유산인 듯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물림한
버스승강장 팻말이
검룡소 물 흐르는 개울가에
허아비처럼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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