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꽃. 도종환

2024. 12. 12. 00:00시와글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 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한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