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세상. 이철환
2024. 1. 11. 00:00ㆍ시와글
한 젊은이가
전봇대에 구인광고를 붙이며
바쁘게 지나갔다.
잠시 후,
길을 지나가던 한 사내가
진지한 얼굴로 구인광고 앞에
발을 멈췄다.
며칠 후,
구청에 임시 고용된 노인들이
물 젖은 솔로 광고지를 벗겨냈다.
깨끗해진 전봇대를 확인하러
구청 직원이 다녀갔다.
종이 한 장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
종이 한 장에 여러 사람들의 엄숙한 삶이 힘겹게 매달린다.
한 장의 종이가 예사롭지 않은 세상
지금, 우리는 얼마나
힘겨운 세상을 가고 있는가.(연탄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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