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오탁번

2022. 4. 28. 08:54시와글

고향



제천군 백운면 평동리 장터

비바람에 그냥 젖는

버스 정류장 옆 조그만 가게

바깥 세상 겨우 내다보이는

가게의 금간 유리창에

흰 종이가 ☆☆☆☆ 모양으로

오종종 붙어 있다



천등산 그림자 일렁이는 앞개울에는

모래빛 모래무지 한 마리가

한사코 모래바닥에 숨는다

꼬리에 알 가득 밴 여울목의 가재는

무지개빛 수염을 한껏 치켜들고

물 속에 비친

천등산 이마를 간지럽힌다



셈본 숙제 끝낸 배고픈 아이들이

흰 토끼풀꽃 손목시계를 본다

오디도 복숭아도 아직 익지 않았고

개개비만 까불까불 흰 똥을 싼다

여울여울 이랑이랑

아이들의 꿈이 욜랑욜랑 헤덤빈다

실비 오는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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