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팥죽의 추억. 문재학
2024. 12. 21. 00:23ㆍ시와글
사립문 밀고 들어서면
한없이 포근한 가족의 온기
초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스라한 그날
도란도란
화롯가에 둘러앉아
환담 속에 굴리던 새알
한 살 더 먹는 나이 수만큼 먹으라는
그 새알들. 동지팥죽
솥뚜껑 소리에 익어갔다.
호롱불에 타던 기나긴 밤
문풍지 울리는 설한풍(雪寒風)에
자리끼도 얼던 동지 날
잡귀 물리치려 집안 곳곳에
솔가지로 뿌리던 동지팥죽
새하얀 눈 위를 붉게 물들였다.
가족 안녕을 비는
어머니 지극 정성에 강추위도 녹았다.
세월의 강물에 출렁이는
꿈결같이 아련한
그 시절이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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