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추억. 고은영
2023. 12. 10. 00:00ㆍ시와글

어쩌다 친구 꾐에 빠져 예배당 관사 높은 지붕에 올라간 날 두고 사다리를 치워버린
친구가 원망스러웠을 때
혹여 예배당 지붕 위에서 이름없는 귀신이 될까
두려움에 겁도 없이 지붕 밑으로 뛰어
고공법을 구사하든 어린시절
할머닌 늘 그랬다
"예배당이 니 할애비 집이냐?" 라고
그러면 나도 속이 상해서 꼬박 "네 할애비 집 맞는데요"
되받아치던 유년
꼭 크리스마스 즈음만 교회 나간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 년 중 그때가 가까워지면
언제나 예배당을 기웃거렸다
정말 크리스마스에 나눠주던 사탕과 따끈한 빵이
그리워 간 것은 아니었다
여름날은 맨드라미가
붉은 얼굴로 깔깔거리고
봉선화 채송화도 단아한 모습으로 피어있던 그래서 늘 예배당은 내게 많은 신비를 지닌 비밀의 정원이었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이 달린 트리와 무대 위 올려지던 다윗이야기며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오신
거룩한 이야기들
내 유년의 크리스마스는 항상
내게 행복을 선물하는 요람이었다
꼭 빵이 그리워 사탕이 그리워 예배당을 다닌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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