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조지훈

2022. 12. 7. 16:51시와글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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