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여름. 박인걸
2022. 9. 19. 07:25ㆍ시와글

간장 빛 깻잎 장아찌 어머니 손 때 묻은 맛 납작 보리밥 바람에 날릴 것 같아도 볼이 터지던 호박 잎 쌈에 뱃살에 기름 오르고
함석 집 지붕에
분이 얼굴 같은 박이 익고
반딧불이 콩밭 위로 날 때면
은하수는 남쪽으로 쏟아지고
멍석에 누운 소년은 북두칠성을 가슴에 담는다.
내 살던 고향 팔월에는
장독대에 봉숭아 피고
종일 맴 돌던 해바라기
어지러워 뻘쭉해 질 때면
줄 따라 오르던 나팔꽃은 소리 없이 합주를 한다. 가보고 싶은 그 집 굴렁쇠 굴리던 넓은 마당
배추국화 웃던 화단
온통 그리운 것뿐이네
마당가 뽕 나무는
날 기다리다 삭정 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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