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독을 아는 사람은 안다. 공석진

2022. 6. 22. 10:31시와글

죽도록 아파 본 사람은 안다
늘상 상처를 받아 왔음으로

힘들 때마다 꾹꾹 묻어 두어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기까지

관성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망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음을

끝까지 참아 본 사람은 안다
절대로 상념에 잠기지 않고

간단히 말문을 닫아 버리고
보지 않을 것으로 체념할 때

제아무리 사무치는 고통도
가장 편안하게 되는 것임을

처절하게 외로운 사람은 안다
지구상에서 나 혼자 뿐이라는

절대 고독을 극복한다는 것
어차피 완전하지 못한 존재

무기력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순간부터인 것임을

고통만큼 분명한 고독은 없다
굴레를 벗으려 애쓰는 것보다

평생 담아 둔 아픔을 과감히
남김없이 비워내 단념하는 것

결국 그것이 인연의 끈을 놓는
우리의 최후의 모습인 것임을
그 고독을 아는 사람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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