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10. 12:13ㆍ시와글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을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바람에 날려가는
민들레씨만 하거라
늦가을 억새씨만 하거라
혼자 가서 한세상 차려보아라
초신성은 멸망으로만 빛납니다
멸망으로만
새로운 별입니다
나는 누구누구였던가
아득하여라
아득하여라
어린 토끼 주둥이 봐
개꼬리 봐
이런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니
어쩌란 말이냐
복사꽃잎
빈집에 하루 내내 날아든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죽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천 개의 물방울
비가 괜히 온 게 아니었다
답답할 때가 있다
이 세상밖에 없는가
기껏해야
저 세상밖에 없는가
곰곰이 생각건대
매순간 나는 묻혀버렸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무덤이다
그런 것을 여기 나 있다고 뻐겨댔으니
고군산 선유도 낮은 수평선
해가 풍덩 진다 함부로 슬퍼하지 말아야겠다
나는 고향에서
고국에서
아주 멀리 떠난 사람을 존경한다 혼자서 시조가 되는 삶만이
다른 삶을 모방하지 않는다
스무 살 고주몽
왜?
왜?
왜?
청명한 날
다섯 살짜리의 질문이 바빴다
그런 왜? 없이는
모두 허무인 줄을
그 아이가 알고 있겠지
개미행렬이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은
결코
이 세상이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오늘도
내일도
또 내일도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하는 것인지 몰라
햇볕이 숯불처럼 뜨거운 한낮 뻐꾸기 소리 그쳤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함박눈이 내립니다 모두 무죄입니다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누구와 만나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솜구름 널린 하늘이더라
회한! 이것 없이 무슨 진실이겠느냐
11월 중순
조금 때 대부도 바닷가
누군가가 서 있다
허섭쓰레기들이 밀려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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