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초. 나태주
2025. 5. 6. 00:00ㆍ시와글
도심의 좁은 골목
허름한 나무상자에 심겨
꽃을 피운 일년초를 보면
나는 문득
그 꽃을 심어 가꾼
꽃의 주인을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아니, 꽃의 주인의 마음과
마주 서고 싶어집니다
봉숭아, 분꽃, 사루비아, 왕관초…...
하잘것없는 풀꽃이나마
소중히 알고 다독거리며
살아갈 줄 아는 사람들
봄부터 꽃씨를 심어 가꾸고 물을 주고
그리하여 가난한 대로 그윽한 가을을
맞이할 줄 아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얼마나
너그러운 사람들이겠습니까
요즘같이 마른 바람 먼지만 날리는 세상에
그들의 손길이야말로 얼마나
부드럽고 어진 손길이겠습니까
그들의 마음 쓰임이야말로 얼마나 또
따뜻한 마음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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