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구곡가 高山九曲歌 - 이이 李珥

2025. 4. 7. 00:00시와글



고산구곡담(高山九曲潭)을 사람이 모르더니
주모복거(誅茅卜居)하니 벗님네 다 오신다
어즈버 무이(武夷)를 상상(想像)하고 학주자(學朱子)를 하리라

일곡(一曲)은 어디매고 관암(冠巖)에 해 비친다
평무(平蕪)에 내 걷히니 원근(遠近)이 그림이로다
송간(松間)에 녹준(綠樽)을 놓고 벗 온 양 보노라

이곡(二曲)은 어드매고 화암(花巖)에 춘만(春晩)커다
벽파(碧波)에 꽃을 띄워 야외(野外)에 보내노라
사람이 승지(勝地)를 모르니 알게 한들 어떠리

삼곡(三曲)은 어드매고 취병(翠屛)에 잎 퍼졌다
녹수(綠樹)에 산조(山鳥)는 하상기음(下上其音)하는 적의
반송(盤松)이 수청풍(受淸風)하니 여름 경(景)이 없어라

사곡(四曲)은 어드매고 송애(松崖)에 해 넘이다
담심암영(潭心巖影)은 온갖 빛이 잠겻에라
임천(林泉)이 깊도록 좋으니 흥(興)을 겨워 하노라

오곡(五曲)은 어드매고 은병(隱屛)이 보기 좋이
수변정사(水邊精舍)는 소쇄(瀟灑)함도 가이없다
이 중(中)에 강학(講學)도 하려니와 영월음풍(詠月吟風)하오리라

육곡(六曲)은 어드매고 조협(釣峽)에 물이 넓다
나와 고기야 뉘야 더욱 즐기는고
황혼(黃昏)에 낙대를 메고 대월귀(帶月歸)를 하노라

칠곡(七曲)은 어드매고 풍암(楓巖)에 추색(秋色)이 좋타
청상(淸霜)이 엷게 치니 절벽(絶壁)이 錦繡(금수)로다
한암(寒巖)에 혼자 앉아서 집을 잊고 있노라

팔곡(八曲)은 어드매고 금탄(琴灘)에 달이 밝다
옥진금휘(玉軫金徽)로 수삼곡(數三曲)을 노는 말이
고조(古調)를 알이 없으니 혼자 즐겨 하노라

구곡(九曲)은 어드매고 문산(文山)에 세모(歲慕)커다
기암괴석(奇巖怪石)이 눈 속에 묻혔어라
유인(遊人)은 오지 아니하고 볼것 없다 하더라

작자가 해주에서 주자(朱子)의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를 모방하여 지은 작품
관암(冠巖), 화암(花巖), 취병(翠屛), 송암(松巖), 은병(隱屛), 조협(釣峽), 풍암(楓巖), 금탄(琴灘), 문산(文山)... 9곡

'시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 오는 소리. 남낙현  (0) 2025.04.09
봄날은 간다. 이승훈  (0) 2025.04.08
봄은 간다. 김억  (0) 2025.04.07
봄. 윤보영  (0) 2025.04.06
자자 하고,잤다. 김용택  (0)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