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김재진

2025. 3. 18. 21:21시와글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메밀꽃 자욱한 봉평쯤에서
   길 묻는 한 사람 나그네이고 싶습니다.
   딸랑거리며 지나가는 달구지 따라
   눈 속에 밟힐 듯한 길을 느끼며
   걷다간 쉬고, 걷다간 쉬고 하는
   햇빛이고 싶습니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고추처럼 빨갛게 일광욕하거나
   해금강 바라뵈는 몽돌밭을 지나는
   소금기 섞인 바람이고 싶습니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구두 아래 바지락거리는 이맘 때
   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린 내 마음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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